Whiteship's Note

감독과 선수의 관계

모하니?/Thinking : 2008.06.18 23:55


감독이 선수보고 교체로 들어가서 골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치자... 아니다. 사실 골을 넣으라고 지시하진 않을꺼다. 그건 너무 당연한거고 골을 넣기 위한 작전을 지시했을 것이다. 좌측으로 파고 들어서 2대1 패스로 문전으로 돌파하여 찬스를 만들어라. 정도로 지시했을 수 있겠다. 그리고 실제로 그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갔다.

아차.. 상황이 좋치 않다. 하필 아까까지 좌측에 있던 수비수가 우측에 있던 수비수와 위치를 바꿨다. 감독은 좌측에 있는 수비수가 허접하다는 파악했고 내가 충분히 제치고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텐데 상황이 바꼈다. 우측 수비수는 거의 세계최강이다. 내가 호날두도 아니고, 별로 뚫을 자신이 없다.

이 상황에서 1번 선수는 감독이 시킨대로 좌측 돌파를 시도한다. 그리고 돌파시도는 막히고 감독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같은 상황에서 2번 선수는 지시의 목적은 '골'이지 지시를 꼭 따를 필욘 없겠다는 개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갑자기 우측 선수와 수신호로 위치를 바꾸자는 신호를 보냈고 평소 호흡이 잘 맞는 사이인 우측 선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파하고 뜻대로 나와 자리를 바꿨다. 상대 수비가 좀 당황한 모습이다. 감독의 작전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딱 하나 '좌측'에서 '우측'으로 한 글자 차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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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중 상양의 선수겸 코치 김수겸]

자. 이제는 감독 차례다.

거짓말을 보태서 감독은 두 종류가 있을 수 있겠다. 방금 위의 선수가 넣은 골을 기뻐하는 감독과 화가난 감독말이다. 후자는 정말이지 무서운 감독이다. 전자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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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중 북산의 안감독]

화가난 감독도 타당하다. 자신이 심사숙고한 작전을 지 멋대로 바꿔버리고 심지어 진영마저 바꿔버린 선수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저 선수 때문에 자신이 관리하는 모든 것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그럼 네 명의 주인공

1. 지시대로 움직이는 선수
2. 지맘대로 움직이는 선수
3. 관장하는 감독
4. 방관하는 감독

넷 중에서 1, 3은 나쁘고 2, 4는 좋은 사람일까? 그렇치 않다. 1번과 3번이 만나면 그 만큼 찰떡궁합도 없다. 그러나 1번과 4번이 만나면 어떨까? 선수는 어쩔줄을 몰라할 꺼고, 감독은 속이 터질꺼다. 2번과 3번이 만나면 어떨까? 선수는 감독이 짜증나 죽을 지경이고, 감독은 선수를 빨리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거나 아예 후보로 빼버릴 거다.

자신과 맞지 않는 선수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감독이 프로젝트의 실패를 선수들에게 돌릴 수 있을까? 프로젝트 실패를 오로지 자신과 맞지 않은 감독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프로젝트의 성공을 "좋은(?)" 혹은 "뛰어난" 아키텍트나 컨설턴트 때문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프로젝트의 성공을 개발자에게 돌려주는 현장은 있나?? 팀웤이 맞지 않는데 성공하는 프로젝트는 있나? 궁금하다...

감독은 감독 나름대로 선수는 선수 나름이지 감독이 선수를 자신의 방식대로 교육시켜서 끌고가야 하는건 아닌거 같다. 선수가 원하는 방식으로 키워줄 수 있는 감독이야 말로 진정한 교육을 하는 것이지 전자는 세뇌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독 만큼이나 선수도 중요하다. 암만 똑똑하고 사려깊은 결정을 할 수 있다한들,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선수가 없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친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실전에 상상따위가 가당한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날아올라서 골을 상대편 골대에 쳐 넣으라고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네 명처럼 순수한 의도(경기의 목적은 오리지 승리 뿐이다.)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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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중 풍전의 에이스킬러 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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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영욱 2008.06.19 09:26 PERM. MOD/DEL REPLY

    우와~현실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에 대하여 멋진 비유로 설명을 해주셨네요.
    특히 마지막에 말씀하신 선수들이 같은 목표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개개인의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게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될 만한 방향으로 감독이 이끌 수 있으면 최고의 효율이 날텐데요.
    반대로 시간만 때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가 힘들어지는 프로젝트가 되더라구요.

    Favicon of http://whiteship.tistory.com BlogIcon 기선 2008.06.19 19:54 PERM MOD/DEL

    하루 종일 바빠서 이제야 블로그에 들어왔네요.
    프로게이머면 게임에서 이기는게 목적이고, 2:2 팀플을 해도 오로지 승리만을 목표로 하지, 미네랄이랑 까스를 많이 먹으려고 게임을 하진 않는데 말이죠. 만약에 그렇게 플레이를 하면 막 멀티만 하다가 상대방한테 금방 밀려버리겠죠.

  2. 선영욱 2008.06.19 09:26 PERM. MOD/DEL REPLY

    가면 갈수록 프로젝트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팀원간의 관계 + 현업과의 관계 모두 포함) 가장 어렵고, 그걸 잘 해냈을 경우에 성과물이 좋았던걸 깨닫게 됩니다.
    다음번 포스트에선 그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whiteship.tistory.com BlogIcon 기선 2008.06.19 20:02 PERM MOD/DEL

    넹. 전 가끔 사람을 다루려는 사람을 보면 좀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사람을 도구처럼 사용하니까 얼마나 비인간적입니까?

    동료 의식이 들게끔 하는 사람과 일을 하면서 커야 그 사람이 커서도 다른 사람 머리 위에 서서 조종하는 조종사가 되기 보단 같이 뱅기 타고 날아다니는 동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야 사람 답고 살 맛나는 세상 아닌지...

    갑자기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가 생각나네요.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니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니가 될 수가 있어"

    교실 이데아는 직장인이 된 지금도 떠나질 않네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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